우리는 숲으로 갔다. [소설을 쓴다]

우리는 숲으로 갔다.

 

나는 운전을 할 줄 알았지만 운전을 할 수 없었다.

늘 운전대를 잡는 것은 너였다.

내가 알던 운전대는 왼쪽에 있었지만 너의 차는 오른쪽에 운전대가 있었고, 2종 보통이라는 운전면허증을 손에 쥐게 된 것이 겨우 1년도 되지 않았던 나는 매뉴얼로 된 너의 차를 운전할 수 있을꺼라고 단 한 번도 믿은 적이 없다. 그래도 너는 단 한번 나에게 네 차를 내게 맡기고 기어를 변경 시키는 방법에 대해 열심히 설명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래서 결국 너는 늘 운전을 해야만 했다.

 

우리가 사는 곳에서 약 한 시간 정도를 달리면 도착하게 되는 국립공원으로 가기로 했다.

뻔한 데이트에는 신물이 난 우리는 바다와 산으로 가는 것을 좋아했다. 그날은 산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니 바다를 자주 갔지만 산에도 자주 갔다.

한국에서는 산에 갈 때 늘 착용한 등산화라는 것은 우리 둘 모두에게 없었다. 빨강 파랑 노랑의 알록달록한 등산복도 없었다.

 

멀리서 작게만 보이던 산이었는데 어느새 우리는 산의 품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정말 큰 품이었다.

자동차가 굽이굽이 오를 때 마다 겹겹이 쌓인 구름과 안개는 내 맘을 뒤섞기 시작했다.

너의 차 안에서 우리가 늘 듣는 Triple J의 음량도 점점 줄여나갔다.

우리가 사는 곳의 기온이 20도였다면 산의 품속은 15, 그리고 점점 더 내려가기 시작했다.

산의 높이가 정확히 몇 이었는지 모른다. 나는 원래 그런 것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적어 두었더라면 달랐겠지. 기억력의 문제일까? 뇌를 쓰지 않는 나의 문제일까? 하고 생각해 본적이 있다.

 

우리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나마 적게 걷는 워킹트랙으로 들어갔다.

내가 보던 나무들과는 많이 달랐다. 한쪽은 굉장히 건조하거나 한쪽은 아주 젖어 있어 양쪽에 자라는 나무가 달랐다. 영화에서 보던 세트장에 들어온 것은 아닌가 싶을 만큼 높은 나무들이 우리를 내려다보는 듯 했다.

새가 울었다.

내가 앞장서기 시작했다. 너는 이야기 했다.

이 나무는 티트리야. 티트리는 젖은 땅을 좋아하지. 티트리로 약재에 쓰이기도 해.

이 나무는 검트리라는 나무야. 너 고무 알지? 이 나무에서 고무를 만들 수 있어.

이걸 봐, 이건 호주의 꽃이야. 골든 와틀이라고 하지. 아주 아름다워.

아까 네가 들었던 새소리 있잖아? 그건 휩 버드라고 해. 저 쪽에서 휘~입 하고 울면 또 다른 쪽에서 신호를 보내. 휘입 하고.

너는 아주 속삭이듯 말했다.

 

나는 너가 자꾸만 알려주려고 하는게 성가셨다. 내 발걸음을 빨라졌고, 나는 건성으로 그래 알았어.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나는 너의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싫어서 싫어져서 큰 소리로 말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어제 내 일이 어떻고 나랑 같이 사는 애가 어떻고 하는 등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너는 내 앞으로 왔다.

있잖아, 여긴 우리가 사는 곳이 아니야.

여긴 저들이 사는 곳이야. 말하자면 저들이 사는 도서관이야. 그러니까 우리는 조용히 하는 것이 좋아. 우리의 발걸음 소리, 목소리를 저들이 들으면 사실 깜짝 놀래.

우리가 걸을 때 그들이 멀어지거든. 그러니까 저들을 만나려면 우리가 조금은 조용히 해야 해. 그럴 수 있겠어?

너 아까 내가 설명해 준 것들 관심이 없니? 설명 하지 말까? 네가 별로 재미없어 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잠시, 아주 몇 초간은 심통이 났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키가 아주 큰 나무들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발아래는 이름도 모르는 벌레들이 바스락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내가 조용하니 사방이 적막하다.

깊게 숨을 들이 쉬고 뱉었다.

이것은 숲의 냄새였다. 내가 가질 수 없는 냄새, 수천 년 전부터 만들어진 냄새, 수천 년 전부터 살던 저들의 냄새였다.

나는 내 발자국 소리에 저들이 놀랄까봐 조용히 걷기 시작했고 저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았다.

너는 여전히 속삭였다. 나에게.

 

나는 지금 그 나무, 그 새, 그 꽃 이름을 다 기억하는가?

여전히 묻는다. 기억력의 문제일까? 뇌를 쓰지 않으려는 나의 문제일까?

 

 

 

 

 

 


덧글

  • 2014/12/09 12:1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12/09 21:0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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