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반갑고 너무 맛있고 조금 매워서 [기록1]

 달리기를 통해 내 몸이 점점 단련되어 가는 느낌이 든다. 이번 한 주내내 빠지지 않고 달렸으니 오늘로는 4일 연속이다. 4일 연속 달리는데 아주 큰 힘이 들지 않고 숨도 제법 고르게 잘 쉰다.

이전에는(지난주 까지) 맥주를 마시고 자는 일이 허다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약간의 두통과 퉁퉁 부은 느낌이 강했는데 이번 한주는 매우 가뿐하게 눈이 떠졌고, 가벼이 일어났다.


기온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아침에 달리러 나갈 때 마다 느껴진다. 살갗에 닿지만 보이지 않는 공기는 하루하루 차가워지더라.

한국은 이제 봄을 넘어 여름으로 가겠지만 이곳은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요즘 나는 한낮에도 긴팔을 입고 있는데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게다가 어제는 트렌치 재킷까지 입고 나갔는데(오후와 저녁) 내 체온의 온기를 유지하기에 알맞았다.



어제는 친구가 차이나타운에 있는 일본식당으로 가자고 하여 따라나섰다. 그가 이전에 말 해 준적이 있었는데 식사와 술을 마시는 이자까야 스타일의 식당인 것 같았다. 해가 지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은 퇴근을 하며 집이든 어디든 바쁜 걸음으로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차이나타운에 있는 그 식당에 도착했지만 사람들이 꽉 차 있었고, 우리는 예약하지 못해 그 곳에서 계획했던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그는 자기를 ‘바보’라며 타이 식당으로 가자고 했다. 나야 언제든 태국음식이라면 대 환영이다.

내 눈에 들어온 식당은 Thai-Lao 식당.



매일 한 끼의 쌀국수(퍼)를 먹어도 질리지가 않았던 나는 라오스에 살았었다.

‘팍치(라오 말로는 팍치, 우리는 고소라고 부른다)’를 듬뿍 넣은 국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였다. 대나무 작대기에는 메콩강에서 건져 올린 커다란 민물생선을 꽂아 숯불에 구은 ‘삥빠’를 쉼 없이 뜯어 먹었다.

더불어 유리잔에 얼음(어떤 물로 만들어진 얼음인지 알 수 없는)가득 넣고 비어라오를 넣어 몇 잔을 들이켜 주었다. 그러면 그 하루는 행복의 마침표를 찍는 날이었다.



어제 식당에서는 ‘쏨땀’을 주문했다. 라오스에서는 ‘땀막쿵’, 태국에서는 ‘쏨땀’이라고 한다. 파파야 샐러드로 매우면서도 달콤한, 우리네 김치 같은 음식이랄까? 그가 맥주를 마시지 않겠냐고 물어 당연히 비어라오를 마시겠다고 했다. 그가 주문을 하러 간 사이, 나는 홀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잠시 다녀왔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것들은 과거 언젠가 한 번 마주쳤던 어떠한 것들이다.


그가 손에 들고 온 것은 비어라오가 아닌 싱하였다. 아, 비어라오가 없단다.

그 순간, 나는 태국 어느 골목에서 술을 잔뜩 마시고 있던 젊은 태국청년들과 합석하여 싱하를 마시던 날이 떠올랐다.



음식은 나왔고, 한 숟가락씩 음식을 입에 넣을 때마다 행복이란 것을 입에 넣는 것 마냥, 너무 반갑고 너무 맛있고 조금 매워서 행복하더라. (친구에겐 매워 혼났지만, 나는 아주 대 만족) 그렇게 나는 배부른 밤을 보냈다.